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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의 고전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바로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입니다. 그러나 그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천재 안무가가 있습니다. 그는 바로 매튜 본입니다. 영화 빌리엘리어트 엔딩의 그 작품! 전통을 전복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Swan Lake)』는 단지 발레의 재해석을 넘어서, 현대 무용과 연극, 심지어 인간 내면의 심리를 교차시키는 대담한 걸작입니다.

    남성 백조, 그리고 발레의 혁명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서 가장 상징적인 전환점은 무엇보다 백조 역할을 남성 무용수가 맡는다는 점입니다. 원작에서 백조는 여성 무용수들이 하얀 튀튀를 입고 군무를 이루는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본의 작품에서는 근육질의 상반신을 드러낸 남성 백조들이 등장합니다. 부드럽고 우아하기보다는 야성적이며 위험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 남성 백조들은, 기존 발레가 여성 중심이었던 관습에 거침없이 도전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젠더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매튜 본은 왕자의 고독, 억압된 성 정체성, 사회적 규범 속에서의 고통을 백조와의 관계를 통해 드러냅니다. 백조는 왕자에게 있어 어머니가 줄 수 없었던 사랑과 보호를 상징하며, 동시에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과 공포의 대상으로 표현됩니다.

    줄거리: 원작을 뒤틀되, 감정은 더 깊게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기존의 동화 같은 줄거리를 해체하고, 더욱 심리극에 가까운 방식으로 재구성됩니다. 이름 없는 ‘왕자’는 냉정하고 형식적인 어머니(여왕)와의 관계에 갈증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어머니의 무관심, 언론과 대중의 시선, 조작된 사랑 속에서 왕자는 점점 붕괴되어 갑니다. 그런 그 앞에 강렬하고 위험한 백조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백조와 나이트클럽에서 만나는 스트레인저라는 인물이 동일한 무용수에 의해 연기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백조가 왕자 내면의 또 다른 자아일 가능성을 암시하며, 관객에게 상징을 읽는 재미를 줍니다.

    왜 이 공연은 특별한가?

    • 클래식 발레의 해체와 재탄생: 매튜 본은 고전의 서사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무용 어휘로 표현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놓습니다.
    • 심리극으로서의 깊이: 관객은 왕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어머니와의 관계, 억눌린 욕망, 자유에 대한 갈망 등을 마주하게 됩니다.
    • 남성성에 대한 재정의: 이 공연은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들이 발레의 감정성과 섬세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 무대와 음악의 환상적 결합: 기존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조명과 무대장치는 완전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강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주목할 장면: 극의 정점들

    1. 호수 장면: 남성 백조들이 군무를 이루는 장면은 전율 그 자체입니다. 날개짓 하나하나에 깃든 분노와 슬픔이 무대를 장악합니다.
    2. 스트레인저와의 키스: 왕자와 스트레인저의 충돌과 유혹의 장면은 가장 도발적이면서도, 인간 내면의 혼돈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3. 엔딩 시퀀스: 감정이 폭발하는 최후의 장면은 '슬프면서도 해방감 있는 죽음'이라는 역설을 시각적으로 완성합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작품은 단순히 ‘색다른 백조의 호수’가 아닙니다. 매튜 본은 고전의 테마를 현대인의 정서와 갈등에 맞춰 번안하며, 공연 예술이 얼마나 확장 가능성이 있는 장르인지 보여줍니다. 또한, 이 공연은 성 소수자, 우울증, 가족의 결핍이라는 현대적인 주제들을 포용하면서도 과장하지 않고 시적으로 담아냅니다.

    비슷한 작품 추천

    •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 고딕적이고 어두운 동화의 재해석으로, 백조의 호수와 유사한 분위기와 무대를 자랑합니다.
    • 밥 포시의 댄싱 라이프(All That Jazz) 영화: 무용수의 내면 세계와 예술, 죽음을 예술적으로 녹여낸 영화입니다.
    • 로버트 윌슨과 필립 글래스의 Einstein on the Beach: 상징과 비주얼을 극대화한 현대 오페라로, 매튜 본의 무대 언어와 닮아 있습니다.

    전통을 품은 로열발레단 vs 혁신을 외친 매튜 본 – 백조의 호수, 두 개의 세계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발레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이 바로 *영국 로열발레단(The Royal Ballet)*의 공연입니다. 반면 이 고전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는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백조의 호수』가 있습니다. 두 작품은 같은 음악과 제목을 공유하지만, 무대 위에 펼쳐지는 세계는 전혀 다릅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백조의 정체성입니다. 로열발레단의 백조들은 우아한 흰 튀튀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절제된 아름다움과 고전적 미학을 보여줍니다. 반면 매튜 본의 백조는 상반신을 드러낸 남성 무용수들이 주를 이루며, 강렬하고 동물적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이 남성 백조들은 고전 발레의 상징이었던 ‘부드럽고 우아한 백조’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날카로운 날갯짓, 본능적인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백조라는 존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 역시 확연히 다릅니다. 로열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왕자 지그프리트가 숲에서 백조공주 오데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악의 마법사 로트바르트와 검은 백조 오딜의 음모로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전형적인 동화 서사입니다. 반면 매튜 본의 작품은 철저히 왕자의 심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주인공 왕자는 이름도 없고, 말도 하지 않으며, 무대 위에서 오직 몸짓으로만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는 어머니의 무관심과 대중의 시선 속에서 고립되어 있으며, 백조는 그에게 현실에서 찾지 못한 사랑과 위로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매튜 본은 백조를 단순한 ‘사랑의 대상’이 아닌, 왕자 내면의 욕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투영하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심지어 백조와 나이트클럽에서 만나는 ‘스트레인저’라는 인물을 동일 배우가 연기함으로써, 백조가 왕자의 또 다른 자아일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둡니다. 이는 전통 발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대적인 해석이며, 관객에게 더 깊은 몰입과 해석을 요구합니다.
    무대와 의상에서도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로열발레단은 고전적인 왕궁, 호숫가, 중세풍 배경을 통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반면 매튜 본은 현대적인 궁전과 병실, 클럽 등의 배경을 넘나들며, 환상과 현실을 교차시키는 연출을 선보입니다. 무대는 환상적인 장소라기보다, 왕자의 내면을 시각화한 상징적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백조들이 날갯짓하는 무대는 호수이자 감옥이며, 동시에 왕자의 해방구이기도 한 것이죠.
    관객의 반응도 흥미롭게 갈립니다. 로열발레단의 공연은 클래식 발레 애호가, 전통 예술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정밀한 테크닉, 음악과의 완벽한 조화, 고전의 품격이 잘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공연을 처음 접하는 사람, 연극이나 뮤지컬 팬,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공연 예술의 정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젠더와 정체성에 대한 해석이 가능한 구조 덕분에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큰 지지를 받고 있으며, 공연 예술계 전반에 강한 파문을 남겼습니다.
     
     

    마치며: 당신이 아직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지 않았다면

    발레가 어렵다고 느껴지시나요? 혹은, 고전은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작품이 완벽한 해답이 되어줄 것입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전통에 도전하면서도, 전통을 존중하며, 그 사이 어딘가에서 놀라운 예술적 성취를 보여줍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공연. 감히 말하건대, 이 작품은 현대 공연 예술의 바이블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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