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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고뇌한 한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그는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를 통해 실존적 고독과 부조리의 철학을 노래했지만, 그의 생은 1960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끝이 납니다. 그리고 그의 사후 34년 만에 미완성 유작인 『최초의 인간(Le Premier Homme)』이 세상에 공개되죠.
뮤지컬 *『퍼스트 맨 – 카뮈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는 이 유작 『최초의 인간』을 원작으로 삼아,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 카뮈가 남긴 인간에 대한 마지막 고백을 무대 위에 되살려낸 작품입니다. 이 뮤지컬은 단순한 전기적 서사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깊이 있는 철학적 여운을 품고 있어 관객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퍼스트 맨』의 줄거리 :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되찾고 싶은 아버지
*『퍼스트 맨』*은 카뮈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작가로서 성공한 인물이지만,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문득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휩싸입니다. 어린 시절 알제리에서의 삶, 말을 몰랐던 아버지, 묵묵히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 그리고 폭력적이었던 가난… 이 모든 기억들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죠.
이야기는 카뮈가 생전 완성하지 못한 채 남긴 유작의 단서들을 따라, 자크가 '최초의 인간', 즉 인간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여정인 동시에, 현대인의 존재론적 공허함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무대 위의 철학 : 카뮈의 사상, 음악과 연기로 살아나다
이 뮤지컬은 단지 카뮈의 생애를 나열하는 회고적 작품이 아닙니다. 그의 핵심 사상인 부조리(absurde), 자유, 연대(solidarité), 저항을 뮤지컬 형식에 맞춰 풀어내며 관객의 감각과 사유를 동시에 자극합니다. 특히 대사와 노래 속에 녹아 있는 철학적 메시지는,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자크가 어릴 적 자신을 감싸주던 어머니의 사랑을 회상하며 부르는 넘버, 아버지의 전쟁 속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애절한 멜로디는 철학이 아닌 삶의 언어로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이처럼 『퍼스트 맨』은 머리로 이해하는 철학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극의 하이라이트 : 시간과 기억, 부조리한 현실 속 희망
뮤지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자크가 어릴 적 가족과 함께했던 알제리의 바닷가를 회상하며 노래하는 넘버입니다. 그 노래는 한때 가난과 억압 속에서도 눈부셨던 햇살, 그리고 말없이 자식을 사랑했던 어머니의 침묵을 다시 불러옵니다.
여기서 뮤지컬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사라진 것들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카뮈의 모든 철학을 관통하며,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으로 구현됩니다.
작가의 분신, 자크는 카뮈인가?
『퍼스트 맨』의 주인공 자크는 실제로 카뮈 본인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인물입니다. 알제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글을 통해 세상과 싸우고, 결국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의 여정은 카뮈 본인의 삶과 겹칩니다. 특히 아버지를 거의 알지 못한 채 자란 점,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에 자란 점 등은 실제 그의 자전적 요소를 충실히 반영합니다.
카뮈는 유작 『최초의 인간』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뿌리를 찾고자 했으며, 이 뮤지컬은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예술적으로 완성한 셈입니다.
『퍼스트 맨』과 함께 보면 좋은 작품들
뮤지컬 『퍼스트 맨』은 카뮈의 세계관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작품입니다. 또한 함께 보면 좋은 작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시지프 신화』 : 카뮈 철학의 정수. 뮤지컬의 저항과 수용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됩니다.
- 영화 『굿 윌 헌팅』 :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천재가 정체성과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점에서 자크의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 뮤지컬 『데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 : 외로움과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며, 현대 청춘의 실존적 고민을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 카뮈의 철학은 끝나지 않았다
뮤지컬 『퍼스트 맨 – 카뮈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는 단지 한 작가의 유작을 각색한 작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예술적 응답이며, 인간 존재에 대한 찬사입니다. 삶의 부조리 속에서도 사랑과 빛을 갈망했던 카뮈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나는 이 작품은, 철학과 뮤지컬의 아름다운 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처음엔 최초의 인간이었다.” 이 말처럼, 우리 역시 어쩌면 자크처럼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걷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지금 당신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뮤지컬 『퍼스트 맨』은 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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