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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왕좌에 오를 수 없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의 편견과 관습을 정면으로 깨고 ‘여왕’이 아닌 ‘파라오’로 군림했던 전설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과 숨겨진 진실을 담아낸 창작 뮤지컬이 바로 〈하트셉수트〉입니다.
2023년 초연 이후 큰 화제를 모은 이 뮤지컬은 역사와 상상력이 결합된 대서사시로, ‘여성의 리더십’, ‘정체성’, ‘사랑과 권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뮤지컬 〈하트셉수트〉의 매력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하트셉수트, 그녀는 왜 ‘여왕’이 아닌 ‘왕’이 되었는가?
하트셉수트(Hatshepsut)는 실존 인물입니다. 고대 이집트 제18왕조의 파라오로, 그녀는 자신의 딸이나 왕비가 아닌 **"신이 선택한 파라오"**로서 스스로를 선포하고 남성 복장을 하고, 심지어 가짜 턱수염을 착용하며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전통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거부하고 남성 권력의 상징을 차용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벽을 뛰어넘은 그녀의 행보는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와 연구자들의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뮤지컬 〈하트셉수트〉는 이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그녀가 어떻게 권력을 잡고, 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무대 위에서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창작진과 출연진, 무대를 압도한 ‘여성 서사’
〈하트셉수트〉는 ‘여성 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김혜성 연출, 정혜선 극본, 신경미 작곡가가 힘을 합쳐 여성 중심 서사를 더욱 섬세하고 강인하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하트셉수트를 연기한 배우들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의 여성 리더십 문제까지 연결지으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무대 연출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거대한 오벨리스크, 신전 조각, 이집트 벽화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미장센을 만들어냈습니다. 조명과 영상이 어우러진 무대는 고대 이집트의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대에 직접 들어간 듯한 몰입을 제공합니다.
스토리 라인 – 한 여인의 이름을 지우려는 역사와의 싸움
뮤지컬의 줄거리는 "누군가의 이름을 지운다"는 행위에서 시작됩니다. 후계자였던 투트모세 3세가 하트셉수트의 존재를 기록에서 말살하려는 장면에서 극은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감정, 정치적 계산, 갈등과 모성, 사랑의 서사가 쉴 새 없이 펼쳐집니다.
하트셉수트는 단순히 권력을 탐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녀는 무능한 남성 후계자 대신 백성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고, 외교적 수완으로 나라를 부흥시키며 ‘좋은 통치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리더십이 위협으로 느껴진 당시 사회와 정치 세력은 그녀를 지우려 합니다. 역사를 지키려는 자들과 지우려는 자들의 팽팽한 대립이 이 작품의 중심 축을 이룹니다.
대표 넘버 – “신의 뜻”, “이름을 불러줘”, “지워진 여왕”
이 작품의 넘버는 감정의 곡선을 정교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 **〈신의 뜻〉**은 하트셉수트가 스스로의 정당성을 선언하는 곡으로, 장엄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 전체를 압도합니다.
- **〈이름을 불러줘〉**는 그녀의 인간적인 고뇌와 외로움을 담은 곡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 마지막으로 **〈지워진 여왕〉**은 역사 속에서 그녀의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엔딩 넘버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러한 곡들은 단순한 감정 전달을 넘어, 이야기 전체를 음악으로 전환하는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트셉수트〉가 던지는 질문 – “당신은 이름을 남기겠습니까, 의미를 남기겠습니까?”
이 뮤지컬이 단순한 역사극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관객에게 묻기 때문입니다.
‘당신이라면 이름이 지워져도 괜찮겠습니까?’
‘의미 없는 권력보다 진실된 영향력을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하트셉수트는 결국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그녀가 만든 건축물, 남긴 정책, 그리고 백성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기록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전개 방식의 작품 – 뮤지컬 〈마틸다〉, 〈엘리자벳〉과의 비교
뮤지컬 〈하트셉수트〉는 한 여성의 강인한 내면과 외부 세계와의 충돌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틸다〉**의 주인공 마틸다, **〈엘리자벳〉**의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과 유사한 맥락을 가집니다.
- 마틸다는 나이를 초월한 지혜로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싸웁니다.
- 엘리자벳은 자유를 갈망하며 왕실의 틀 안에서 고독하게 저항합니다.
- 하트셉수트는 여성이라는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창조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모두 **"지워지지 않기 위해 싸운 여성들"**이며,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공통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론 – 뮤지컬 〈하트셉수트〉, 지금 우리가 들어야 할 여성의 목소리
〈하트셉수트〉는 단순한 고대 이집트의 재현이 아닙니다. 여성 리더십, 권력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인간의 이름과 기억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는 수작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가려졌던 한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그 목소리는 지금 우리의 시대에도 유효하며, 큰 울림을 줍니다.
역사가 지워도, 관객은 기억합니다.
뮤지컬 〈하트셉수트〉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과 위로, 그리고 깊은 통찰을 건네는 작품입니다. 그녀의 이름을, 그녀의 의미를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 관람 리스트에 반드시 넣어야 할 뮤지컬, 〈하트셉수트〉.
“이집트가 그녀를 지웠을지라도, 우리는 그녀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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